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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톤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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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이 낯선 대륙에 있는 현란한 도시에 발을 디디고 잠시 동안 혼란스런 일들을 겪은 이후의 일이였다. 나는 내가 머물만한 보금자리를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보를 구해야할지 막막했다. 분명 내가 살았던 대륙에서 사용하던 방식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 곳에선 예전처럼 지위를 이용해 일을 해결할 수 없을테니. 게다가 나를 보좌해주던 사람 한 명 없이 홀로 살아야하니까. 나는 계속 공원 벤치에 앉아 깊게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을 지나 오후가 되었다. 긴장이 풀리니 갑자기 배가 심하게 고파왔다. 여기로 온 뒤로 제대로 먹은 거라곤 물 몇 잔 뿐인데다 격렬한 전투도 잠깐 있었고 머리까지 써야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대로 앉아서 가만히 있기보단 일단 어디 가서 먹으면서 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나는 벤치를 박차고 일어서서 짐을 챙겨 다시 거리로 나왔다. 터덜터덜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온통 알 수 없는 것들을 파는 가게들이였고, 설령 먹는 것을 파는 곳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진보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가진  현대식 가게로 꾸며진지라  내가 선뜻 들어가기 힘들었다. 한참을 또 걸어가니 지나가는 사람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도시 중심부에서는 조금 멀어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자 문뜩 내 옆에 눈에 띄는 가게가 하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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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다른 콘크리트로 된 가게들과는 다르게 겉면이 초록색과 갈색으로 칠해진 투박한 나무들로 이루어졌고, 창문 안으로 보이는 내부도 내가 살던 곳과 비슷한 느낌의 나무와 가죽 가구들로 인테리어가 꾸며져 있었다. 잠깐 멈춰 가게를 구경하다 이윽고 가게에서 풍겨져오는 진하고 쌉싸름한 커피향과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에 이끌렸고, 나는 저절로 발을 돌려 문을 밀고선 그렇게 다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다방 안으로 들어오자 문 위쪽에 달린 작은 종이 짤랑거리며 울렸고, 그러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운터에 서 있던 여성 점원이 나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했다.  그 말에 나도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그대로 지나쳐서 안으로 쭉 들어가 창가 구석자리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아직 이 곳이 매우 낯설기에 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앉자마자 나는 눈을 굴려 주변을 돌아봤다. 다행히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은 각자 간식과 음료를 먹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각자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것 같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탁자 옆에 꽂혀 있는 메뉴판을 집어들고 펼쳐서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 때 내 옆으로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손님?"

메뉴판을 뚫어져라 처다보고 있던 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움찔거리며 황급히 메뉴판을 다시 닫고 그 사람을 처다보았다. 내 행동에 그 사람도 덩달아 놀라서 움찔거렸다. 나는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무, 무슨... 일이시오?"

"아, 저기, 주문 도와드릴까 해서요..."

복장을 보니 그 사람은 아까 그 카운터에 있던 점원과 같은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일하는 또 다른 점원인 것 같다. 나는 이어서 대답했다.

"주, 주문? 아, 아직 못 정했소만..."

"아아, 그러시군요! 그럼 주문 결정하시면 다시 불러주세요!"

"앗, 잠시...!

점원이 가려고 하자 나는 할 말이 떠올라 급하게 말을 걸어서 점원을 멈춰세웠다. 그러자 점원이 말했다.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이 도시가 어떤지 알려줄 수 있겠소?"

"네? 어어... 음..."

그 점원은 곤란한듯이 망설이다가 이내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다시 내게 말했다.

"아! 도시에 관한거라면 저희 주인님이 잘 아실거에요! 혹시 불러드릴까요?"

"그렇다면 불러주시오."

"네,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점원은 나에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돌아가서 내가 있는 곳의 맞은 편 구석에 있는 나무 문 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더니 문을 두세번 노크하자 문이 스르륵 안쪽으로 열리며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고, 그 점원은 그 사람과 함께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의문이 생겼다. 왜냐하면 카운터에 있는 점원도 그렇고 저 점원도 그렇고 둘 다 여성에다가 나이도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어린 사람이였으니까. 혹시 다른 점원도 이렇게 어린 사람들인건가 하고 다른 점원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며 두리번거렸다. 그러는 사이, 아까 그 점원과 이야기하던 사람이 마침내 문을 열고 나와 손에 어떤 음료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서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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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이 넓은 검붉은 모자를 쓰고 검정색과 붉은색 천으로 이루어진 큰 드레스를 펄럭이며 우아하게 걸어오는 키가 큰 여성.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살았던 곳의 귀족처럼 보여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여성은 그런 나를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내 앞 탁자에 유리잔을 두며 나긋하게 말했다.

"어머, 당신이 제 아이가 말했던 그 여행자인가요~?"

"여행자? 아, 그렇소다만... 당신은 누구시오?"

"후후, 저는 이 다방의 주인이랍니다~ 저랑 이야기하고 싶다 하셨다던데~?"

"아, 그, 그렇소..."

주인장은 슬며시 내 옆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나와 대화했다.

"이런~ 보아하니 어린 나이에 홀로 여기로 온 것 같은데~ 누가 도와줘야하지 않겠니~?"

"...도움보다는 이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소이다만..."

"후후, 당찬 아이구나~? 마음에 들어~"

나는 주인장의 말투에 왠지 모르게 소름이 쫙 돋았다. 이상하지만 위험한 이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정보만 얻고 싶다'라는 뉘앙스로 계속해서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주인장은 당황한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날 바라보며 탁자에 팔을 얹고 턱을 괸 채 계속해서 나긋나긋하게 질문했다. 몇 번 더 대답을 한 후였다. 그 주인장이 말했다.

"좋아, 알았어~ 그렇게 확고하다는데 억지로 붙잡진 않을게. 우리 아이들을 불러서 도시를 구경해줄테니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렴~"

드디어 주인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그 나무 문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단 생각에 한숨을 쉬며 소파에 기댔고, 드디어 탁자에 올려진 음료에 눈이 가게 되었다. 그 유리잔에는 갈색 초콜렛 음료에 생크림을 얹은 음료가 들어있었다. 그 음료를 잔에 꽂힌 빨대를 타고 한 모금 마시자 이내 진한 초콜렛 단맛이 몸안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오랫만에 들어온 당분에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 정도로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음료는 난생 처음 마시는 것이였다. 내가 살던 곳에서도 초콜렛은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의 퀄리티를 내는 음료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그 음료 맛에 중독되어 마시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연신 빨대로 음료를 마시다보니 금방 유리잔 바닥이 보이게 되었다. 내가 정신없이 그 맛에 심취해 마시고 있던 중, 나무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아까 그 주인장이 나오고 뒤를 따라 네 명의 점원들이 걸어나왔다. 그대로 그들은 나에게로 다시 와서는 어느새 나를 둘러싸서 서 있었고, 그 중 주인장만이 다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여기 우리 아이들이야~ 같이 따라다니면서 도시 구경해보렴~!"

나는 주인장이 '아이들'이라 칭했던 점원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전 점원들과 똑같이 나보다 약간 어린 모습의 아이들이였고, 여자아이 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도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그들은 무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처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당황하면서 점원을 처다보던 나를 주인장이 갑자기 내 손을 잡고는 일으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착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 돌아다니고 오렴~ 후후후..."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허겁지겁 짐을 챙겨들고는 그 아이들을 따라 다방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도시 구경은 의외로 꽤 순조로웠다. 매우 조용하게 어색한 분위기로 그저 도심을 걸어다니는 것 뿐이였지만. 게다가 내 주변으로 아이들이 둘러싸버린 상태라 반강제로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되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이들이라 설마 나쁜 일을 아이들이 하지 않겠지란 생각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말했던 '이 곳에서 제일 큰 빌딩' 앞으로 마침내 도착했던 그 순간이다.

 

"응? 이, 이보시오!!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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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이들 중 한 명이 내 손에 있던 주머니를 낚아채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도망가고 있었다! 그 순간 당황해서 소리쳤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멀어질 뿐이였고, 나는 결국 자핑이를 꽉 잡고 허겁지겁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옆에서 검은색에 하얀 선글라스를 쓴 한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 저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멈칫해서 그 사람을 잠깐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런 좀도둑들을 잡는건 아무것도 아니오. 걱정하지 마시오!"

난 그리 대답하고는 다시 발을 굴려 아이들이 도망친 곳으로 향해 달려나갔다. 거리를 좁히며 전력으로 아이들을 잡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 아이들이 모퉁이를 돌아 골목길로 들어가자 나도 뒤이어 따라 들어갔다. 그러자 나는 골목 상황을 보고는 당황해서 얼어붙은 채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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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골목길엔 아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거대하고 검은 총기와 화기들을 들고 나를 향해 겨누고 있었으니까. 아이들의 함정에 걸려버린 것이다! 나는 그 상태로 움직여서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숨만 쉬어야 했다. 저 총이 날 쏘기라도 한다면 난 그 날로 끝나는거니까. 한 발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 그걸 연속으로 쏠 수 있는 무기를 들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이 상황이 믿기지 않고 꿈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난 이걸 헤쳐나가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지팡이를 꽉 붙잡은 채 심장이 쿵쿵거리는 상태에서 그대로 위험한 전투를 벌이려고 발을 때려던 그 순간이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등 뒤에서 쉬이익 소리가 나며 도약해 아이들 등 뒤에 착지해서 그대로 나무 의자를 휘둘러 하나씩 처리하고 있는게 아닌가! 양옆의 아이들이 당황해서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려하자마자 그의 의자에 충격을 받고 그대로 하나둘 땅에 털썩하며 쓰러졌다. 총기를 들던 아이가 총구를 돌려 그 사람을 쏘려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느렸고 결국 그 아이들도 바닥에 눕혀지게 되었다. 그렇게 골목 내에 있는 아이들은 기습 당해 기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이들을 이리고 빠르게 해치운 사람이 대체 누군지 궁금해 그 사람을 자세히 쳐다보다가 이내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 아까 전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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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에 하얀 선글라스를 쓴, 아까 잠깐 만났던 그 사람이였던 것이다.

"일단 이것부터 받으세요."

그 사람은 나에게 무언가를 던지며 이렇게 말했다. 아까 아이들이 훔쳐갔던 내 가방이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사람이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역시 그 아이들, 마피아 조직이랑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네요."

"마피아 조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이 도시가 범죄집단인 마피아들이 점령한 곳이였고, 마피아들이 아이들을 이용해 도시 내에서 수익을 얻고 있는 겁니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자세히 조사하려다 우연히 카페에서 당신이 마피아 조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추적하기 위해 미행하여 따라왔는데, 역시 마피아들이 밀수입한 무기들로 무장하고 당신의 금품을 갈취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군요."

"아, 그러고보니 아까 다방에서 봤던 것 같구만! 그 후로 이리 몰래 따라와선 이렇게 소인을 구해준 것이오...? 하물며 이리도 잽싸게 아이들을 일격에 제압시키다니...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인것이오??"

"저는 체어맨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성함은..."

"아아, 소인은 문스톤이라고 하오. 다른 대륙에서 오늘 막 건너왔소. 구해준 것에 대해 깊은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이 일에 대한 은혜는 다시 만나는 날 꼭 갚도록 하겠소."

"음, 이 도시를 혼자 다니시기엔 위험하실 것 같은데 저랑 같이 동행하시는건 어떻겠습니까?"

"괜찮소, 소인은 이런 갖은 역경도 이겨낼 만한 힘을 길러야 할 의무가 있소. 그대의 친절함에 감사를 표한다만 소인은 혼자 걸어가야만 하오."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렇소. 언제까지나 보호만 받으며 궁궐 속 어린 왕자인 채로 삶을 끝낼 수는 없는 법이오!"

"...그렇군요.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체어맨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그 자리에 서서 그대로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길을 걸어나가는 날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내 주위에 불길한 기운이 계속해서 맴도는 것을 느꼈다. 이 도시를 거느리는 마피아 집단에게 한 번 목표가 되었으니 그들이 결코 나를 그대로 포기하진 않을테지. 다행히 그 때 다방에서 먹은 것이 있어서 계속 걸을 수 있었지만 어느새 태양이 뉘엿뉘엿 저물고 하늘이 붉게 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나는 의미 없이 거리를 걷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안전하게 밤을 묵을 수 있는 곳을 찾는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내가 이 도시에서 도움도 없이 숙소를 구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고 만약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선 도서관이라도 가서 빠르게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까 전에 봐둔 도시 지도에 표시된 도서관이 있는 곳을 향해 가고 있던 중이였다. 어디선가 점점 내 근처로 난폭한 기계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나에게 다가올수록 불안함도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이윽고 저 멀리에서 검은색 자동차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무리를 피해 반대쪽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그 쪽으로도 검은 자동차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난 정체불명의 단체들이 몰고 온 자동차에 포위당했고, 그 자동차들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손에 총기를 든 채로 문을 열고 나와 나를 향해 겨눈 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고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지만 이미 그 사람들에게 또 이중으로 막혀버린 상태였다. 잠시 후, 마지막으로 자동차에서 누군가 내려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나에게 걸어왔고, 누군가를 옆에 낀 채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후후, 다시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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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다방에서 마주친 그 주인장이였다. 나를 보고 씨익 웃음 짓고는 이어서 말했다.

"아까 골목길에서 아이들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였구나~? 우리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냈어야지~"

주인장은 그 옆에 있는 아이를 팔로 감싼 채 어깨를 토닥여줬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그 때 그 장소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도망친 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 아이의 말을 통해 내 이야기가 마피아 조직에게로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아마 그래서 이렇게 날 빠르게 포위할 수 있었던 거겠지. 그나저나 저 사람과 아이들이 정말로 마피아 조직 수하에 있는 사람들이라니, 체어맨이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거지...

"꼬마야~? 아이들을 그렇게 다치게 했으면 벌을 받아야하지 않겠니~? 받을 벌을 한 번 정해보렴~ 순순히 그 주머니를 넘겨줄래? 아니면 이대로 총알 피하기 놀이를 하겠니? 그것도 싫으면 우리 조직으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는데 말이야~? 후훗!"

젠장, 어떻게 해야하지? 주머니는 절대 넘겨줄 수 없고, 저런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안 그러면 수많은 총알을 들이받고 죽어야할 판이고... 한동안 나는 입을 꾹 닫은 채 총구 한 가운데에 가만히 서서 갖가지 생각을 했다. 그럴수록 내 몸이 점점 떨렸고, 그 모습을 주인장은 피식 웃으면서 재밌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결국 이 조직에 들어가기로 힘겹게 속으로 결정하고 그대로 입을 열고 대답하려던 그 순간이였다. 저 멀리서 쾅 소리가 나면서 싸움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런 굉음에 다들 깜짝 놀라 그 곳으로 바라봤다. 주인장도 깜짝 놀라 그 곳을 바라보고는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나도 바라보다가 이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쓰러진 사람들 가운데에 의자를 들고 하얀 선글라스를 쓴 채로 서 있는 그 사람이 있었으니까!

"문스톤 씨, 안심하세요. 체어맨이 왔습니다."

체어맨이란 소리에 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를 보고는 기겁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사람도 있었다. 주인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화를 내며 이렇게 소리쳤다.

"으으윽...! 어린이들 노는 곳에서 감히 어른이 끼어들어?! 다들 어서 저 놈을 공격하세요!!"

그 말에 아이들은 다급하게 총구를 체어맨에게 돌려 마구 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어맨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총알을 의자로 쳐내면서 이리저리 잽싸게 움직이며 자신 주변에 있는 적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갔다. 체어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자 몇몇 사람들은 총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는 허둥지둥 도망가기 시작했고, 나도 어수선해진 이 때를 틈 타서 잽사게 자동차 위로 뛰어올라 내달리고는 그대로 체어맨 뒤로 숨는데 성공했다. 주인장은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 짜증났는지 이에 성을 내며 이렇게 외쳤다.

"어린이들 노는 곳에서 감히 어른이 개입하다니!!"

그러자 체어맨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부터가 어린이들에게 개입한 나쁜 어른 아닙니까?"

"시끄러! 난 이 아이들의 보호자야! 이 아이들은 내가 없으면 길바닥에서 구걸이나 하고 있었을거라고! 그 아이들이 자진해서 이런 일을 하는건데 뭐가 나쁘단거야!"

"그런 아이들에게 불법적인 일을 하게 하다니, 참 착한 어른이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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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함께 체어맨은 그대로 주인장에게 돌진했고, 주인장은 품에서 단단한 쇠막대기를 꺼내서 체어맨이 휘두르는 의자를 막아냈다. 주변에선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적들이 총을 버리고는 그대로 칼을 꺼내 체어맨에게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다시 그 곳으로 달려가 지팡이를 강하게 휘둘러 두세명을 한꺼번에 벽으로 쳐냈다. 그 반대쪽에 있는 적 세 명이 체어맨에게 달려들려 하자 나는 목에 있는 커다란 보석을 손으로 강하게 떼내고는 그대로 지팡이로 쳐서 반대쪽에 있는 한 명의 머리를 맞춰 기절시켰다. 그 양 옆에 있는 적 두 명이 당황하는 사이 나는 손을 뻗어 마치 염동력처럼 구슬을 허공에 뜨게 하고는 다시 내 손으로 빨려오게 했고, 그 사이에 끼어있던 또 한 명의 머리를 맞춰 그대로 바닥에 눕게 만들었다. 남은 한 명이 기겁하며 나를 바라보자, 내 양볼에 호랑이처럼 세 줄씩 빛줄기가 그어진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이내 칼을 땅에 놓친 채로 뒤에 있는 골목길로 줄행랑을 쳤다. 그 광경을 다른 적들이 보자 이내 덤벼들 생각이 사라진건지 벌벌 떨며 그대로 서있었고, 마치 나를 한 마리의 호랑이로 보는 듯이 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는사이 체어맨은 주인장과의 일 대 일 격렬한 일기토를 벌이고 있었다. 지치지 않는지 쉴 틈 없이 계속 의자를 휘두르는 체어맨에 비해 모자도 얼굴도 성한 곳 없이 힘겹게 쇠막대기로 방어하기에만 급급한 주인장을 보니 이후 전투 내용은 안 봐도 될 듯 했다. 결과는 당연히 주인장의 머리를 쳐 그대로 털썩하고 바닥에 쓰러지게 만든 체어맨의 승리였다. 남은 적들이 주인장과 기절한 적들을 양팔을 붙잡아 끌고 그대로 자동차에 실어 쏜살같이 도망갔다. 나는 체어맨 옆에 서서 그들이 도망치는 꼴을 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헉헉대며 지쳐있는 나를 보고 체어맨은 이렇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렇소... 이런, 또 그대에게 도움 받아버렸구만... 미안하오..."

"아뇨, 전 괜찮습니다. 문스톤 씨 덕분에 쉽게 두목 한 명을 기절시킬 수 있었습니다."

"근데 어찌 알고 소인을 구하러 올 수 있었던 것이오?"

"아, 계속해서 마피아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검은 차량 여러 대가 때를 지어 가는 것을 보고는 그 뒤를 따라오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체어맨, 당신은 실로 대단한 사람이구만...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인 것 같소... 당신이라면 분명 저 마피아란 집단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겠지..."

"아뇨, 저도 이 마피아 조직들을 혼자 무너뜨리는건 어려울겁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도시 전체를 그 마피아가 통치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그만큼 조직원 수도 거대할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이렇게 위험에 처한 분들을 구해드리고 있는겁니다."

"그대라도 이 마피아 조직을 무너드릴 수 없는 것인가... 궁핍한 어린이들을 이리도 잔혹한 짓을 하게 하는 조직을 당장이라도 뿌리 뽑아야할지언데..."

"하지만 문스톤 씨와 같이 힘을 합친다면 분명 마피아 보스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어맨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 그렇지 않소! 소인은 아직 그대만큼 힘이 강하지 않으니..."

"아까 문스톤 씨가 싸우는 모습을 중간중간 봐왔습니다. 지금 문스톤 씨의 전투 실력과 능력이라면 저와 같이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후우, 그대가 정 그렇게 말하니 거절할 수는 없구려. 좋소, 그대와 함께 그 마피아란 잡당들을 해치워 버리지요!"

내 대답에 체어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체어맨은 주변에 미쳐 도망치지 못 한 한 아이에게 물어 마피아 집단 본진을 알아낼 수 있었고, 나는 체어맨 뒤를 따라 마피아와의 대결을 향해 걸어갔다.

 

햇빛이 지평선 너머로 저물고 하늘에 달이 고개를 들 시간, 거리는 길다란 철봉에서 비추는 빛으로 인해 대낮처럼 환해 보였다. 그 거리를 따라 체어맨과 나란히 본진을 향해 걸어가다, 이내 체어맨 발이 멈췄다. 체어맨은 한 건물을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곳이 그 아이가 말한 본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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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도 체어맨을 따라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 곳은 오후에 마피아 소속 아이들이 내 주머니를 빼았아 달아났던 그 건물이였다. 아이들이 도둑질하기 시작한 장소부터 골목 함정까지 다 계획된 일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내가 불안한 감정이 다시 들면서 머뭇거리던 찰나, 체어맨은 망설임 없이 건물 입구 계단을 저벅저벅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체어맨의 당찬 모습에 당황하며 급하게 그의 뒤를 따라 갔다. 체어맨이 유리 문을 밀자 손쉽게 문이 밀렸다. 그러자 체어맨은 멈칫하더니 나즈막히 이렇게 말했다.

"문이 잠겨있지 않은걸 보니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군요. 준비 단단히 하셔야 됩니다."

체어맨의 말에 나는 다시 긴장하여 침을 삼치고는 그대로 체어맨과 같이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는 어두컴컴했기에 나는 지팡이를 들어올려 달빛으로 주변을 환하게 비추게 했다. 그대로 조용히 숨죽여서 계단을 걸어올라갔지만 몇 층을 올라도 사람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혹여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나는 체어맨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이 곳이 맞는 것이오? 그 소년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부러 거짓 정보를 알려준 것 아니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곳 말고는 다른 정보는 없으니까요. 일단 끝까지 올라가봅시다."

그 대화 후로 한참을 걸어갔다. 거진 20층 정도를 올라왔을 때, 나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걸을 정도로 몹시 지쳐 있었고, 내 모습을 본 체어맨은 이내 23층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어느 철로 된 문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 곳에 가까이 다가가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이내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환하게 불빛이 켜진 방이 나타난다.

"아, 여기 엘리베이터가 정상 작동했군요. 이거면 편하게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겠네요."

"그, 그게 무엇이오...?

"엘리베이터, 승강기라고 하는겁니다. 이런 높은 건물들에는 있는 장치인데 이걸 타고 원하는 층으로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죠."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소만, 그리 편리한게 있다면 진작 사용하시오..."

"1층에선 불빛이 없어서 엘리베이터가 작동 안 하는 줄 알았습니다. 어서 타시죠."

맥이 빠져서 지팡이로 간신히 몸을 끌며 체어맨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체어맨이 내부 패널에서 가장 큰 숫자가 적힌 버튼을 누르자 곧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러자 잠깐 덜컹거리며 흔들리고는 이내 무언가 작동하는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덩달아 내 몸도 약간 눌려지며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별별 신기한 기계들이 다 있군' 생각하며 한숨 돌리던 나에게 체어맨이 나즈막히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최상층에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스?"

"마피아 조직의 가장 윗사람, 대장이란 말입니다.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왕이라고...?"

그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짜증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다. 겨우 도시 하나를 강압적으로 점령해놓고 온갖 불법들을 저지르는 일개 한심한 조직을 운영하는 자가 감히 신성하고 고귀한 호칭인 왕을 칭한다니, 분노가 점점 밀려왔다. 체어맨이 나를 슬쩍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꽤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시군요. 그 분노를 그대로 보스에게 터뜨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왕을 칭하고 다니다니... 대단한 몰골을 내 친히 박살내버리고 싶구만..."

"이제 곧 도착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주의하세요."

이내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나는 지팡이를 꽉 쥔 채 문 쪽을 째려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나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최상층에는 사람 한 명 없었고 그저 'BOSS'라고 적힌 푯말이 붙여진 문과 그 문을 비추는 등불 하나만이 맞은 편에 있을 뿐이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봐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그대로 그 문으로 달려가 문고리를 잡고 열려고 하자, 체어맨이 내 어깨를 붙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뒷걸음질 해서 문 옆에 서있었고 체어맨이 대신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내 체어맨이 문을 잽싸게 열어젖히니 이내 내부에서 총소리가 탕 한 번 들렸다. 체어맨은 재빠르게 몸을 숙여 총을 피하니 뒷쪽 벽에는 총구멍이 나있었고 나는 다시 소름이 돋게 되었다. 만약 내가 문을 열었다면 분명 맞았을테니까. 체어맨이 다시 허리를 펴고 일어서서 그대로 굳게 서있기에 나도 체어맨 옆에서 내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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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양 옆에 세워진 유리창으로는 굵은 빗방울이 검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넓은 방에 물건이라곤 나무 탁자와 의자 몇 개 뿐이였다. 그 중 나무 탁자는 방 가장 안쪽 벽에 공간 하나를 두고 놓여져 있었는데, 그 탁자를 누군가 발로 밟은 채 그대로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었다. 검은 페도라를 쓰고 한 손에 권총을 든 저 사람이 분명 마피아 보스라는 자겠지. 그 자 옆에는 내가 두 번이나 마주쳤던 그 주인장도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로 우릴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우리와 그 둘은 서로 째려보며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내 보스가 씨익 웃으며 총을 탁자에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함정에 걸릴만한 자였다면 진작에 땅 밑에 뭍혀있었겠지. 그래, 무슨 일로 이렇게까지 날 찾은거지?"

보스의 말에 체어맨은 입을 굳게 닫은 채로 보스를 처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보스는 이어서 말했다.

"헤헤, 이봐. 우린 그냥 우리 방식대로 잘 살고 있었다고. 굶주린 아이들 데려다 우리가 키워주는 자선 사업도 하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뭐, 아이들이 제멋대로 돈을 뺐으려 한 건 미안하게 됐어! 그 아이들은 우리가 확실히 교육시킬테니까 용서해달라고~ 불쌍한 아이들이잖나..."

체어맨은 한 발자국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부터 자네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지~ 싸우는 족족 이긴다는 전설의 파이터랬나? 의자살인마? 아무튼 꽤 멋진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우리 딸을 그렇게 사정없이 공격해서 기절시키다니 아주 품격 없는 싸움개였구만!"

의자를 든 체어맨이 한 발자국씩 보스에게 다가간다.

"소문대로 의자로 싸우려는 생각이구만! 헤헤, 아주 재밌겠어... 그럼 나도 의자로 승부해주지."

다가오는 체어맨을 보고 보스는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자신이 앉아있던 검은색 철제 사무실 의자를 한 손에 쥐고는 탁자 위로 올라서서 체어맨을 바라본다. 그리고 한순간에 도약해서 달려든 체어맨에 의해 곧바로 전투가 시작된다. 서로 공격하며 피하는 모습에 보스도 만만찮은 실력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한 나는 체어맨을 도우러 달려갔으나, 이내 길다란 철봉에 저지당해 뒤로 밀려났다. 보스의 딸인 '주인장'이 날 저지한 것이다.

"꼬맹이! 넌 내가 철저하게 교육시켜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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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체어맨 대 보스, 문스톤 대 주인장, 2 대 2 각개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이전과 다르게 거칠게 공격하는 주인장의 모습에 난 꽤나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팡이로 강하게 주인장을 밀쳐내고  곧바로 목걸이에서 보석을 떼내 지팡이로 날려 다시 보석을 공중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는 내가 유리했다. 보석으로 계속해서 원거리에서 위협하며 시선을 끌어 혼란을 주고, 그 틈을 타 지팡이로 연속해서 주인장을 찌르고 타격하니 이내 전투는 내 쪽으로 승세가 기울었다. 공격을 몇 번 얻어맞은 주인장은 아직 이전 전투에서 생긴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건지 금새 비틀거리며 지쳐보였다. 놓치지 않고 나는 보석을 쳐서 주인장의 머리를 맞추고 그 충격에 쓰러진 주인장을 달려들어 연신 지팡이로 내리쳤다. 분노에 붙잡혀 사정없이 내리쳐버리다 이내 정신을 잃은 듯 뻗어버린 주인장을 보고서 약간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뜩 체어맨도 전투하고 있다는걸 뒤늦게 깨닫곤 바로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체어맨은 여전히 보스의 공격을 계속해서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긴 전투에 보스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자신이 불리했는지 슬금슬금 탁자 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체어맨을 상대하던 보스는, 이내 탁자 위에 놓인 총을 잡으려고 재빠르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위기감을 느낀 나는 다시 보석을 띄우곤 강하게 지팡이로 때려 보스를 향해 날렸다. 보석은 보스의 팔을 정통으로 가격했고, 보스는 소리를 내지르면서 총을 바닥에 떨구게 되었다. 그 빈틈에 체어맨은 의자를 현란하게 돌리며 보스를 군데군데 타격해댔다.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받은 보스는 이내 갑자기 유리창 쪽으로 달려들었고, 들이받은 충격에 그대로 유리창은 깨져버리며 그대로 보스를 건물 밖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체어맨 씨, 이제 끝난 것이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새벽녘, 나는 체어맨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체어맨에게 말했다.

"음, 아마 보스가 사망했으니 분명 마피아 조직은 무너지겠죠. 금방 와해되진 않겠지만 아마 보스 자리를 두고 세력 다툼이 벌어지거나 분열될 확률이 높을겁니다. 그러다 결국 경찰들이 잡기 수월한 일개 조직 수준까지 되겠죠."

"중요 요인은 파괴되었지만, 이 이후로 벌어질 문제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하구려. 특히 아이들이 다시 길거리에서 헤매일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오."

"그 부분까지는 저희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어쨌거나 이 도시에서 만들어진 문제니까요. 마피아에게서 해방된 이 도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체어맨과 나는 다시 거리를 걸어나갔다. 경찰차 몇 대가 우리를 지나쳐 그 건물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걸었다. 그러다 체어맨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문스톤 씨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사실 소인이 이 대륙에서 머물 곳을 찾는 중이였다오. 오래 머물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으려 하나 이 대륙이 너무 낯설어 아무것도 못 하는 처지라네."

"그럼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같이 동행하잔 이야기인 것이오?"

"문스톤 씨도 아시겠지만, 혼자보단 함께해야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번 일도 저와 문스톤 씨가 함께 힘을 합쳤기에 가능한 일이였습니다."

"...그래,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지. 큰 일을 하려면 그만큼 협동해야 할 일도 많아질 것이고. 소인이 잘못 생각했구려. 무릇 왕이란 혼자가 아니라 모든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이 왕의 역할 중 하나이니까 말일세."

"그렇습니다. 그래서 문스톤 씨에게 마침 적합한 시설이 있어서 물어보는 겁니다."

"소인에게 적합한 시설이 무엇이오?"

"문스톤 씨에게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성장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호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드는구려!"

"그럼 저와 함께 동행하시겠습니까?"

"좋소, 함께 하도록 하지!"

난 체어맨과 함께 떠오르는 아침 햇빛을 맞으며 그 곳으로 향했고, 그렇게 나는 이 클랜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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